실리콘밸리의 초고액자산가들을 지배하고 있는 지구 종말과 탈출주의 사상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엘리트와 초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거대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메타(Meta)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 2,300에이커 규모의 영지를 사들이고 그 지하에 5,000평방피트 …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엘리트와 초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거대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메타(Meta)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하와이 카우아이섬에 2,300에이커 규모의 영지를 사들이고 그 지하에 5,000평방피트 규모의 벙커와 자급자족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Jeff Bezos)는 플로리다의 사설 인공 섬 에 수천억 원대 메가 컴파운드를 군사 등급의 보안 장치와 함께 구축 중이다. 나아가 오큘러스의 창업자 파머 럭키(Palmer Luckey)는 미 중서부 전역의 퇴역 핵미사일 사일로(Silo)를 지하 15층 깊이로 뜯어고치며,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생존 인프라를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과거의 역외 자본 피난처 프로젝트가 단순히 세금을 아끼고 호화 별장을 짓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인공지능(AI)의 역습, 치명적 바이러스의 창궐, 기후 변화에 따른 사회적 폭동 등 인류의 종말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군사적 요새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단순히 공포에 질린 생존주의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손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본과 본인들의 탈출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고, 사명감과 엘리트주의적 선민의식을 부여하는 정교한 철학적 프레임워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테크 억만장자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사상적 근원은 옥스퍼드 대학교 인간미래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 출신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과 윌리엄 맥아스킬(William MacAskill) 등이 정립한 신흥 철학 체계에 기반한다. 이 중 가장 파괴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상이 바로 장기주의(Longtermism)다. 장기주의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도덕적 우선순위는 현재 살아가는 인류가 아니라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존재할 수천억 명의 잠재적 미래 인류의 번영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기후 변화로 인한 난민 발생, 아프리카의 기아, 당장의 지역 전쟁 등은 수만 년 뒤 우주로 뻗어 나갈 수조 명의 인류 문명 전체 가치에 비하면 미미한 소음이나 단기적 오차에 불과하다는 식이다. 장기주의적 관점에서 진짜 도덕적인 행위는 현재의 취약 계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기술 특이점을 안전하게 통과해 문명의 인종 자체가 절멸(Existential Risk)하는 것을 막는 일이다. 때문에 이 철학에 심취되어 있는 테크 리더들은 대중과 함께 지상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유사시 자신들과 핵심 기술 자산이라는 문명의 씨앗을 보존할 수 있는 방주를 짓는 행위가 인류학적 대의명분이자 숭고한 도덕적 의무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컴퓨터 과학자 팀닛 게브루(Timnit Gebru)와 철학자 에밀 토레스(Émile Torres)는 실리콘밸리를 장악한 이러한 테크노-유토피아 사조들의 복합적 스펙트럼을 테스크리얼(TESCREAL)이라는 단어로 명명했다.
1. 트랜스휴머니즘(T, Transhumanism) : 유전공학과 사이보그 기술을 통해인간의 유전적·신체적 한계를 초월하려는 사상.
2. 엑스트로피아니즘(E, Extropianism) : 기술 발전을 통해 무한한 지능과 에너지 확장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
3. 싱귤래러티어니즘(S, Singularitarianism) : 초지능 AI가 인류의 역량을 추월하는 기술 특이점이 곧 도래한다는 신앙.
4. 코스미즘 (C, Cosmism) : 지구를 벗어나 우주 전체로 인류 문명의 영역을 식민지화해야 한다는 우주주의.
5. 합리주의(R, Rationalism) :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통계와 베이지안 확률 계산으로만 세상을 최적화하려는 철학.
6. 효과적 이타주의(E, Effective Altruism): 기부와 선행도 가장 수학적으로 효율적인 곳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조.
테스크리얼(TESCREAL) 이념의 종착지는 명확하다. 지구라는 물리적 행성과 현재 생물학적 인간의 신체는 언젠가 소멸하거나 버려질 일시적인 플랫폼이라는 인식이다. 이 거대한 사상적 우산 아래에서 초고액 부자들이 추진하는 역외 요새화와 우주 개척은 이기적인 도피가 아니라 문명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필수적인 절차로 세련되게 정립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상체계는 단순한 학문적 연구에 머물지 않고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고 있는 최고 부호들의 대규모 프로젝트와 자본 투입을 통해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인물들은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 일론 머스크(Elon Musk), 샘 올트먼(Sam Altman), 피터 틸(Peter Thiel), 레이드 호프만(Reid Hoffman), 마틴 바르사브스키 (Martín Varsavsky), 알렉스 옥센포드(Alec Oxenford), 파머 럭키(Palmer Luckey), 조 루이스(Joe Lewis),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팀 창(Tim Chang)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 및 카타르 왕가 등 거대한 파도를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론 머스크(Elon Musk)이다. 장기주의와 코스미즘을 전 지구적 스케일로 실천하는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다. 그는 인류가 지구라는 행성에만 묶여 있을 경우, 소행성 충돌이나 핵전쟁 혹은 통제 불능의 인공지능에 의해 문명이 한순간에 포맷될 수 있다는 실존적 공포를 자주 피력해 왔다. 머스크에게 스페이스X의 개발은 단순한 우주 관광이나 위성 발사 비즈니스가 아니다. 그것은 지구 종말 시나리오가 발생했을 때 인류 문명의 정수를 다른 행성으로 이식하기 위한 다행성 종족화(Multi-planetary Species) 프로젝트다. 또한 뉴럴링크(Neuralink)는 초지능 AI의 등장에 맞서 인간의 뇌를 컴퓨터와 직접 동기화함으로써 생물학적 인류가 도태되는 것을 막으려는 트랜스휴머니즘적 방어선이다.
들째, 래리 앨리슨(Larry Ellison)이다. 오라클의 창업자 래리 앨리슨은 미국 영토 내에서 완벽한 치외법권적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탈출주의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는 하와이 제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섬인 라나이(Lanai)섬 전체 토지의 98%를 통째로 사들였다. 앨리슨의 라나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호화 리조트 개발이 아니라 첨단 자급자족형 마이크로 영지의 건설이다. 그는 외부 에너지 및 물 공급망이 완전히 차단된 상황을 가정하여, 테슬라의 대형 배터리 시스템 기반의 독립형 태양광 전력망을 섬 전체에 깔았다. 또한, 외부 유입 없이 자체적으로 칼로리를 공급하기 위해 인공지능 데이터로 제어되는 하이드로포닉(수경재배) 첨단 온실 기지를 설립했다. 섬 내의 부동산, 유틸리티 회사, 심지어 지방 언론과 공항 활주로 운영권까지 모두 앨리슨의 지주회사가 독점하고 있어, 사실상 외부의 공권력이 개입하기 힘든 자신만의 완전한 치외법권적 영지를 완성했다.
셋째, 샘 올트먼(Sam Altman)이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인공일반지능(AGI)이 가져올 문명적 파괴력을 가장 최전선에서 목격하고 있는 인물이다. 싱귤래러티어니즘과 합리주의 사조에 깊게 영향을 받은 올트먼의 생존 전략은 고정된 섬을 사는 방식과 달리 기동성과 자산의 즉각적 유동화에 맞춰져 있다. 올트먼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화폐 시스템과 금융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시나리오에 대비해 개인 사유지에 막대한 양의 골드바와 이스라엘 방위군(IDF) 등급의 전술 총기류, 화생방 방호 가스마스크, 항생제를 대량 비축해 두었음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위기 징후가 포착되는 순간 그는 캘리포니아 오지인 빅서(Big Sur)의 사유지로 프라이빗 헬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궁극적으로는 과거 뉴질랜드 시민권을 확보한 피터 틸의 뉴질랜드 남도 요새로 날아가 합류하는 다단계 엑시트 플랜을 가동한다는 계획을 마친 상태다.
테크 부호들이 구축하는 지하 요새가 지속 가능한 방주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 아쿠아포닉스(Aquaponics) 시스템이다. 외부 물품 공급과 전력망이 100% 차단된 환경에서 신선한 채소와 물고기를 영구적으로 순환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설계를 주도하는 전문 방산 엔지니어링 기업들은 지하 공동체가 외부와 단절된 채 영구히 생존할 수 있는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설계에 전문화되어 있다. 이 지하 생태계 시스템은 엄청난 전력을 상시 소비하기 때문에, 요새 지하 수백 미터를 뚫고 들어가는 지열 발전 우물 시추나 대형 디젤 가동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테크 엘리트들이 이 극악의 평당 구축 단가를 자랑하는 수직 순환 시스템에 막대한 자금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영양 공급 때문만은 아니다. 밀폐된 지하 벙커 속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극심한 폐쇄공포증과 정신적 공황을 겪는다. 이때 시스템 내부의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와 초록색 식물의 시각적 자극은 입주민들의 정신적 붕괴를 막아주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방어선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심리 제어를 위해 지상 풍경을 실시간 미러링하는 가상 창문(Virtual Windows) 기술까지 요새 전반에 도입하고 있다.
미디어 이론가 더글라스 러시코프(Douglas Rushkoff)를 비롯한 기술사회학자들은 실리콘밸리의 이러한 거대한 움직임을 절연(The Isolation) 전략이자 극단적인 책임 회피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들의 번지르르한 장기주의 사상과 그들만의 요새화는 세 가지 치명적인 오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기존 자본주의 화폐 체계가 완전히 붕괴한 종말 이후(The Event)의 세계에서, 지하 벙커에 숨은 자본가는 가장 먼저 무력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로 부호들이 벙커 개발자들과의 비밀 미팅에서 가장 진지하게 묻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종말 후에 경비원들이 배신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가?", "식량 저장고의 생체 인식 잠금장치 권한을 나만 쥘 수 있는가?" "경비원들의 목에 원격 제어 칼라를 채워야 하는가?" 같은 극단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인 제어 방식들이다. 하지만 기술로 인간의 충성심까지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오만이다.
둘째는, 부호들이 가장 선호하는 요새 구축지인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이나 뉴질랜드 남도 지역, 태평양 섬들은 역설적이게도 전 세계에서 지각 운동이 가장 활발한 대규모 단층대 및 불의 고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초강진이나 격렬한 지각 변동이 발생할 경우, 아무리 수 미터 두께의 고밀도 콘크리트로 지어진 지하 벙커라 할지라도 내부 축이 뒤틀리거나 공조 시스템이 파손되어 그 자체가 거대한 콘크리트 무덤으로 변할 위험이 매우 크다.
셋째로, 가장 위험한 것은 이 탈출주의 철학이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빅테크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가속화하고 있는 거대 기술의 부작용들인 AI로 인한 민주주의 시스템의 왜곡, 극단적인 자산 양극화, 기후 변화를 방치하는 산업 구조 등을 사회적 연대와 규제를 통해 함께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차피 세상은 망할 것이라 전제하고 탈출할 구멍을 파는 데 자본을 집중한다. 사회적 인프라와 공유지를 고치기 위해 쓰여야 할 수조 원의 자금이 소수의 지하 영지를 요새화하는 데 증발하면서, 지상의 공동체는 더욱 빠르게 붕괴하고 이들이 두려워하던 종말의 시나리오는 더욱 앞당겨지는 비극적 역설이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고 있는 장기주의와 TESCREAL 중심의 탈출주의 철학은 얼핏 인류 문명의 영속성을 고민하는 거대한 거시학적 혜안처럼 포장되어 있지만 그 실체는 막강한 자본과 기술 권력을 쥔 미치광이 천재들들이 지상의 책임으로부터 스스로를 격리시키기 위해 만든 고도의 탈출주의적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피터 틸이 뉴질랜드 와나카 호수에 군사 등급의 생존 시스템을 갖춘 메가 에스테이트를 지으려다, 지역 지방정부와 환경법원의 끈질긴 규제에 막혀 계획을 최종 철회해야 했던 사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아무리 수십조 원의 테크 자본과 구마 겐고의 위장술 설계를 동원한다 할지라도, 현실 세계의 법적 체계와 민주적 공동체의 합의를 완전히 우회할 수는 없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천재적 망상가들의 놀음에 세상이 지속적으로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전세계의 자본이 이 망상가들에게 끊임없이 수혈되고 있는 현상이 지속되고, 이 대열에 합류하는 군중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미친 광기에 놀아나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으면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공존의 미학을 모르는 자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글쓴이 : ㈜프론티어 M&A 회장 성보경)